일상에서의 일탈///

스쳐 지나며 접하게 될 다양한 색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운 경관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

추억의 장을 가슴속 깊이 한 구석에 담아 놓고 그리움에 목이 멜 때마다 한 장씩 꺼내어 지나간 향수에 흠

뻑 젖어 봄직하다.

가득 담아 온 풍성한 즐거운 추억을 꿈꾸어 보는 것은 여행으로만 느끼는 작은 행복감일 것이다.



출발 전 심경///

바쁜 와중에도 1박2일 해양실습 예정에 맞추어 사무실에 2일 휴가를 내고 며칠 전부터 마음에 준비하고

기다리던 그날~

4월 초 이른 새벽 아침,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느껴진다. 동이트기 전 5시20분경, 6시에 출발 예정이므로

어둠을 가르며 광명 샾에 이르러 먼저 온 같이 할 일행들이 잠이 덜 깬 졸린 눈으로 미소를 머금고 반기는

것을 보니, 투어가 처음이라 혹이라도 불미스런 일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과 흥분된 나와는 달리 그들은

투어가 아무것도 아닌 일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와 너무 대조적이다.



차안에서///

어둑어둑해서 집 나올 때와는 달리 도심 속 상가 네온싸인 불빛이 약해지면서 하얗고 투명해진 거리는 불

어오는 바람에 버려진 휴지조각들을 날리니 스산한 기분까지 드는 아침이다.

일행 몇 사람이 약속한 시간에 늦어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은 6시50분경에 승합차와 승용차 2대에 나눠

타고 5시간 소요되는 강원도 양양으로 출발한다.

전 날 반가운 태양을 기대 했는데 우려했던 흐린 날씨와 함께 우리 일행은 샾을 뒤로 한 채 도심을 떠나 고

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15인승이지만 9명이 승차한 승합차엔 투어 전용으로 이용한 차량임을 알 수 있는 장비들이 눈에 들어온

다.

비좁은 차내지만 장거리 운행으로 인한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편한 자세로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얼마간 대화 없는 침묵 속에서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나를 포함 6명은 첫 투어인 만큼 아마도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

는 생각이 든다.



⌜버디는 경쟁자가 아니고 서로 보조하며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첫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는 운전하던 영직씨 말에 눈을 비비

고 일어나 보니 날은 아직도 흐리고 거기에다 간간히 비까지 내리고 있다.

걱정으로 가득한 나를 보던 이 실장은 “이번 투어는 정말 기억에 남는 투어가 될 것 같다”고 넌즈시 건네

는 말은 나의 긴장을 한층 더 배가 시키고 있다.



날씨가 좋아지기를 바라며 우린 다시 양양으로 출발하고 아까와는 달리 차내는 웅성웅성 각자 대화가 한

참이었고 우린 이야기하다가도 간간이 리더인 이 실장의 경험담이 나올 때는 귀를 기울이며, 한마디도 놓

치지 않으려고 듣고 또 궁금한 것은 묻곤 한다.

다이빙이 임박해지자 안전에 하나라도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은 다들 불안과 초조함이 영력하다는 반증이

다.

달리는 창밖을 보니 제법 비는 굵게 내리고 있었고, “비는 어쩔 수 없지만 바람만 많이 불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이 실장의 반복되는 말에 도통 걱정은 사라지질 않는다.


도착 후 심경///

출렁이는 동해바다 15년 전 그 곳에서 군 전역한 나는 언젠가 한 번은 오리라고 스스로 약속해 놓고 이제

야 나타나다.

내설악의 줄기를 이어 받아 오목조목 아담하게 펼쳐진 부채꼴 모양을 하고 넓은 자태를 자랑하듯 마냥 어

딘가를 바라만 보고 있는 작은 외설악 그리고 그 밑을 가로 지르는 시원하게 쭉 뻗은 해안가 도로와 쉴 새

없이 부딪치는 파도소리, 바다 경계를 표시한 저 멀리 길게 그어 놓은 수평선 그 안쪽 곳곳에 조화롭게 안

착한 작은 섬들, 변한 것 없이 예전 그대로이다. 너무나도 감격스럽고 감회가 새롭다, 얼마나 오고 싶었는

데 이렇게 오게 되는구나!



5시간을 넘게 달려온 강원도 양양 해안가 허름한 옷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쓴 50대 초반쯤 돼 보이는 카리

브리조트 사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처음 보는 우리를 보고 서글서글한 말투에 농담까지 건네며 인사를 하

는 것을 보니 오던 내내 쌓인 긴장과 여독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



첫 번째 테스트///

비는 그쳤지만 흐린 날씨에 아직은 차가운 바닷속으로 들어가기엔 너무 춥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에 멍하니 서있는 나를 부른 리더인 이 실장은 다 같이 모인 다이버들과 안전상 주의할 사항을

열심히 설명 하고 있다. 설명이 끝난 후 옷을 벗고 슈트를 입으려 하니 쌀쌀한 기온이 온몸을 스친다. 순

간 ‘이거, 괜히 온 거 아닌가! 이 추위에 어떻게 바다에 들어간단 말이지! 들어가면 얼어 죽는 것 아닌가?’

하는 별의별 생각에 멈침 해진다,

부산하게 슈트를 입고 장비를 챙기던 첫 다이빙 일행들은 웃는 기색 없이 잔잔한 대화 속에서 연신 담배

를 입에 물고 있다.


드디어 입수,

슈트를 입어서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바닷속에서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정말 희한한 생각인 든다. 보온

효과가 있다는 설명에 설마 했는데~

첫 번째 테스트는 해변 가까운 수심 5미터에서 각자 편성된 조별로 테스트를 하는데 울렁이는 바닷물에 심

한 몸 흔들림 속에 제대로 중심을 못 잡는 상태에서도 이를 대비한 풀에서의 충분히 연습해선인지 마스크

물 빼기 및 호흡기 찾기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사히 통과한다.



첫날 마무리 심경///

우려와 긴장을 뒤로 한 채 테스트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한결 따뜻함과 개

운한 마음에 흥분과 긴장의 연속 이였던 그 날의 하루가 평온을 되찾아 근심은 한 낮 기우에 지나지 않았

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곳에서의 밤///

동해의 밤은 그 옛날 느끼던 향수를 다시금 만끽할 수 있어 너무 좋다. 쉬지 않고 연신 출렁이는 바도 소

리 그리고 바다 냄새 가슴을 펴고 눈앞에 펼쳐놓은 바다를 그리워하던 사람을 생각하며 바라다본다. 간간

히 휙휙 불면서 지나가는 차가운 바람이 옷속까지 스며들어 혼미한 정신과 육체를 사로잡아 순간순간 오

싹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나는 해안가의 초병은 15년 전 나다. 옛날 나도 저렇게 이 바람을 온몸에 품고 해변경계근무를 섰는데,

전역하여 고향에 돌아 갈 날을 기다리며 먼 수평선 바다를 하염없이 바람보고 고향 부모님 생각 등, 망향

에 젖어 있던 그때 정취가 다시금 물신 묻어난다.

한쪽에서는 바다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술을 벗 삼아 웃음소리 얘기가 한참이다. 누군가의 흥에 겨워 생으

로 들려주는 노랫가락은 출렁이는 바도 소리와 함께 그 날 그 밤 짧고 깊게만 느껴졌다



둘째 날 다이빙///

전날 술을 많이 마셨지만 오늘은 중요한 수심 15미터 다이빙 계획이라 긴장해서인지 누군가가 일어나 아

침 먹으러 가자는 말에 피곤함을 잊은 채 벌떡 일어나 들어가지 않은 밥을 꾹꾹 우겨넣고 된장 국물을 후

루룩 마시니 속이 한 결 든든해진다. ‘어제와 같이 다이빙하며 되겠지’ “5미터나 15미터나 물속에서는 똑

같다 너무 겁먹지 말고 호흡만 잘하면 된다”는 풀 교육 받을 때 이 실장의 말을 되새겨보며 자신감 갖기에

노력해 본다.



어제보다는 날씨가 좋기를 바랬는데 비는 내리지는 않지만 금방이라도 비올 것 같은 흐린 날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것, 슈트를 입고 있으라는 말이 있었지만 추운 날씨에 옷을 벗기 싫어

진다. 더군다나 마르지 않고 젖어 있는 슈트를 입는 것은 고통이다,

저녁 늦게 도착한 일행과 다른 샾에서 온 다이버들이 삼삼오오 나타나며 장비를 챙기고 있다, 그들 중에

여성도 몇 명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우내 움츠리다 소생한 꽃처럼 하얀 이를 내

보이며 웃음 가득한 얼굴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장비를 챙기고 있다. 나와 대조적으로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유경험자인 듯싶다. 저런 추위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여유 있게 다이빙하려는 것은 내가 아직 알 수

없는 스쿠버다이빙의 어떤 매력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대단하다, 부럽다, 아름답고 멋지다.


전 날 춥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야속하게도 날씨는 너무 춥다. 한편 여성도 하는

데 내가 포기하면 안 되지 이런 저런 생각~

빨리 준비하라는 이 실장의 재촉에 부랴부랴 슈트를 입고 장비를 챙겨 고무보트 2대에 10여 명씩 나눠 타

고 일렁이는 파도에 심한 보트 흔들림 속에서 약 300여 미터 정도 항해하여 입수 지점에 도착한다.



속이 불편하고 어지럽다 수면위에서 보는 바다 속은 시커멓기만 하고 상상했던 아름답고 투명한 색채 무

늬는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다. 사람을 삼켜먹는 무엇인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저길 어떻게 들어가지’ 두

려움이 눈앞을 가린다. ‘와 큰 일다’, ‘여기서 안 들어간다고 말할 수도 없고’, ‘미치겠네. 아주 짧은 순간에

별의별 생각이 슬라이드 필름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의 이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획에 의해

앞에 앉은 순서대로 입수가 시작된다, 드디어 내 차례다 ‘에잇 모르겠다, 죽으면 말지’ 드디어 입수 얼굴에

부딪치는 차가운 바닷물, 간간이 입속으로 들어오는 짠물에 정신이 바짝 들고 내가 왜 이곳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닷속에서///

⌜바닷속은 임신한 엄마의 뱃속처럼 편안해야 한다⌟

너무 긴장해서인지 바닷속 15미터 들어와서는 처음에 호흡이 잘 되지 않는다. 왜 이러지 머리는 무언가

에 눌린 것 같고 가슴은 답답하다, 호흡기를 오른손으로 잡고 약간 위로 올려보니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

기도 하다. 시야는 3,4미터 정도 우리 조 리더는 이 실장이다 이 실장을 놓치며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

도 있다. 3,4미터만 벌어지면 안보일 텐데 이런 생각에 호흡이 더 급해진다. 여긴 수심15미터 장비를 풀

고 집어던져 수면 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스스로 긴장을 풀기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크게 5회

정도 하니 답답함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자신을 따라 오라는 이 실장의 수신호에 시야에서 놓치지 않

으려고 바짝 붙어 이동하는 주변을 감상할 틈 없이 따라만 다닌다.


그렇게 따라다니기를 몇 분이 흘렀을까 어느새 처음 입수할 때와는 다르게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 없이 여

유 있게 주변 경관을 즐기고 있는 나를 느낀다.

어쩜~

‘어~, 이거 별거 아니네!! 엄마의 배속만큼은 아니겠지만 이정도의 편안한 느낌 받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바닷속은 내가 상상했던 무리를 이루고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며 이동하는 물고기 떼는 없었지만 간혹

약 올리고 도망가 듯 사라지는 얄미운 물고기 몇 마리만 눈에 들어온다, 큰 입을 자랑이나 하듯 쫙 벌리고

바위에 더덕더덕 붙어 있는 많은 멍게들 그리고 손대면 터질 것 같이 몸을 부풀리고 있는 해삼, 바닷물에

전신을 맡기고 흐느적거리면 춤을 덩실덩실 추고 있는 다양한 빛깔 무늬의 수초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광

경이 나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또 몇 분

이 실장 뒤 따라 이동하며 이제 그만하고 상승했으면 하는 지루함이 느껴진다, ‘언제 상승하려나’, 상승 수

신호를 기다린다, ‘빨리 올라갔으면’ 또 답답한 마음에 불안하고 호흡이 급해진다, 그렇다고 혼자 상승 할

수도 없고 조금만 참자 스스로 나를 통제하며 기다리기를 몇 분 드디어 이 실장의 상승 표시를 보고 상승

하여 수면위의 탁 트인 하늘을 보자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고 좋은지 너무나도 상쾌하다



마지막 네 번째 다이빙///

휴식 후 마지막 입수, 왠지 그만하고 집에 갔으면 하는 생각이 앞선다. 추위도 그렇고 아까 들어갔을 때 불

안한 마음이 또 들것 같아서 일 것이다.

어째든 또 입수 아까와는 달리 입수시 불규칙한 호흡은 없었고 우려와는 달리 불안한 마음은 다이빙 내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바닷속 그곳을 주위 깊게 감상하고 즐길 수 있어 형용할 수 없는 광경에 탐

복하고 말았다.


귀가하면서///

다이빙을 모두 마치고 승합차에 타기 전 카리브 사장의 친절에 감사의 말과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

며 아쉬운 작별 악수를 하고 길지 않은 카리브에서의 해양생활을 접고 우린 서울로 향했다


투어를 마치며///

보이는 아름다움과 보면서 체험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연히 다르다, 보이는 아

름다움은 그 색깔을 다한 것이 아니고, 함께 하고 이들과 융화될 수 있어야 그 본연에 아름다움을 다한 것

이라 생각한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차가운 물에서의 어느 날에 시퍼런 입술을 다문채 부들부들 떨며 다이버를 바라보는

이방인은 때론 가엾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들의 진정으로 하고자하는 열망을 이해 할리 없다, 나 또한

둘째 날엔 이방인이 본 시선과 같았다,

다이버들은 그런 바라보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스쿠버를 정말 즐길 수 있고 잘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노력하며 자신의 인프라 발전으로 이어져 간다,

나는 새로운 체험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 첫 해양실습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

로 즐기면서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조록 부족한 우릴 안전하게 투어를 마치도록 이끌러 주신 이화향실장, 김미설강사 그리고 여러 스쿠

버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더 많은 지도와 편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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